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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대 소식] [시론] 대한민국 공동체의 운명, 결국 리더십에 달렸다. [한국대학신문]

등록일 2024-09-23 작성자 사회과학대학 학사운영실 조회 120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 교수.

손흥민이 한국 축구를 살렸다. 우리나라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오만을 3대 1로 제압했다. 손흥민은 1골 2도움으로 한국의 3골 모두에 관여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선수 개인의 기량에 의존하는 ‘해줘 축구’다. 박스 밖에서 수비수 경합을 이겨내며 수비수가 슈팅 각도 앞에 있는 상황에서도 주로 쓰는 발이 아닌 반대 발로 강력한 슈팅을 감아 찰 수 있는 손흥민 개인역량의 승리다.

“전설적 선수 홍명보 몰락, 손흥민 덕에 살았다”는 외신보도는 상징적이다. 1차전에서 졸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하며 ‘오만 쇼크’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3년 10월 오만 원정경기에서 1대 3으로 완패했고 당시 코엘류 감독은 물러났다.

오만을 못 이겼다면 ‘헬 게이트’가 열릴 수도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한 경기로 모든 걸 판단할 수 없지만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홍명보의 색깔이 나오지 않는다”며 “손흥민이 전술”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홍명보 축구의 방향성과 세밀한 전략 전술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홍 감독 스스로 “내 색깔보다는 선수들이 그동안 잘해왔던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정한다.

“선수단이 더 걱정하는 사령탑” 홍명보 감독 하에서 이런 상황은 예견됐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은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라고 탄식하며 “이런 상황에서 시작하는 감독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신뢰와 권위를 상실한 리더십의 책임은 축구협회를 향한다. 붉은 악마가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일진 놀이 몽규!! 협회는 삼류”라는 현수막을 든 이유다. 감독 선임과정의 논란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 리더십에 대해서는 “권력에 따르는 책임을 잊은 듯하다” “축구계는 20년 전 성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거버넌스는 무너지고 관료화 됐다” 나아가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곳에서 페어 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난센스”라는 등 아쉽고 안타까운 말을 듣는다.

매년 40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지원받는 대한체육회의 리더십도 위기다. 3연임에 도전하는 회장이 임명한 위원들에게 자신의 임기연장 심의를 받는 ‘셀프 심의 절차’는 구태를 대표한다. “한국 체육계가 19세기 관행과 20세기 정부에 머물러 있는데 선수들만 21세기에 와 있다”는 지적이다.

반전의 희망을 보여주는 리더십도 있다. 강원FC 윤정환 프로축구 감독은 ‘확실한 철학과 실천하는 리더십’으로 가장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주도하는 축구’로 알려진 윤정환 감독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한 변화와 경쟁을 통한 선수 능력의 극대화’를 통해 우승에 도전한다.

강원은 2013년 2부 리그로 강등돼 3년을 보냈다. 2017년 1부 리그로 복귀했지만 중하위권을 전전했고, 지금까지 최고 성적은 6위다. 작년과 2021년에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했다. 선수층이나 투자규모에서 기업구단에 비해 열악한 시민구단이 우승 경쟁에 뛰어든 것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의 ‘강원 동화’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도 ‘국민적 지지를 받는 감독’으로 ‘매직’을 이어간다. 그는 사우디 원정경기에서 승점 1을 확보한 데 이어 호주와도 무승부를 기록하며 최하위가 유력하다는 평가를 무색하게 만든다. 월드컵 3차 예선에 올라온 게 처음으로 “3~4위 안에 들어 플레이오프 진출”을 겨냥한다.

1994년 당시 한국이동통신의 민영화에 따라 주식 공개매각에 참여했던 SK의 인수가격은 압도적인 최고가였다고 한다. “너무 높은 가격 아니냐”는 임원들의 반대에도 최종현 회장은 “지금 2000억 원을 더 주고 사지만 나중 일을 생각하면 싸게 사는 거다. 우리는 미래를 산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의 인수는 1984년부터 준비된 일이라고 한다. “당시 미국에서 이동전화가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처럼 성장하리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유망해 보였다”는 최태원 회장의 관찰이 출발점이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 1.0은 1980년대 초에 나타났다. 하지만 ‘산아제한’ 정책이 공식적으로 폐지된 것은 1996년이고, ‘저출산고령화기본법’이 제정된 것은 2005년이다. 10년+ 지체로 미래 준비의 실패로 봐야 한다.

“미래를 앞서가는 ‘새로운 시간의 프론티어’” 리더십이냐 아니냐의 결과는 천양지차다. 학령인구는 줄고 전공 중심의 수시 입시와 함께 무(無)전공 전형의 상충된 요구는 대학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이 위기 속에서 어떤 리더십이 발휘될지에 따라 대학의 미래는 물론 대한민국 공동체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