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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대소식]슈퍼 선거의 해를 지나며[매일경제]

등록일 2024-11-28 작성자 사회과학대학 학사운영실 조회 36
경제 불만에 각국 여당 참패
인플레에 재정 여력도 휘청
韓도 빚 눈덩이처럼 느는데
벌써부터 추경 이야기 나와
정치 이익보다 국익 우선을
사진설명
 

2024년은 이른바 '슈퍼 선거의 해'다. 무려 76개국에서 42억명의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인구가 많은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선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4월에 총선이 있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가 한 달여 남은 현재, 이달 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정점으로 슈퍼 선거의 해도 저물어 가고 있다.

모든 선거의 결과로부터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주요 국가들에 초점을 맞춰 보면 몇 가지 핵심어가 보인다. 그 첫째는 집권 세력에 대한 불만이다. 7월 초 영국에서는 여당이었던 보수당이 14년 만에 노동당에 권력을 넘겨줬다. 2022년 10월 리즈 트러스 총리가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비난에 취임 44일 만에 사퇴할 때 이미 보수당의 위기가 불거졌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두 차례에 걸쳐 치러진 프랑스의 총선에서도 결과적으로 집권 여당이 완패를 당했다. 10월 말 일본 의회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이 참패하고 자민당을 포함한 연립 여당도 의석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미국 대선 결과는 잘 알려진 바다. 심지어 압승이 예상됐던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3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놀라움을 안겼다.

집권 세력에 대한 불만이 전 세계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 배경으로는 경제적 문제, 특히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에너지 위기와 공급망 경색이다. 어느 나라에서 어떤 문제가 더 심각했는가는 다 다르지만 유럽의 곤란은 에너지 위기로 불붙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탄소중립 정책에 원전에 대한 기피가 겹친 환경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악재가 터진 것이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 때문에 유럽의 상황은 쉽게 개선될 수 없다. 미국의 여건은 반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예전부터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파서 쓰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공급망 경색과 노동력 부족에 기인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미국이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불법 이민을 차단한다면 인플레이션 시즌2가 올 수는 있겠다. 12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이 많은 것을 말해줄 것이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주목받았지만, 필자는 선진국들의 정부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기저에서 중요한 작용을 했다고 본다. 공급 측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금리를 올려 잡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하지만 정말 힘들어진 계층에는 정부가 풍랑을 피할 수 있는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럴 힘들이 없었던 것이다.

나랏빚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을 많이 쓴다. 일반정부 부채는 국채나 차입금 같은 국가 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것이다. 이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영국은 100%, 프랑스는 110%를 넘는다. 에너지 위기로 특히 타격을 입은 유럽의 모범생 독일도 65%를 넘는다.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은 120%가 넘고, 통화정책이 무력화된 일본은 260%를 넘는다.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현재 50%가 좀 넘는 수준이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영국, 프랑스보다 높은 건 이 때문이다. 문제는 증가 속도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빠르다는 점이다. 심지어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지출 항목이 이자다. 빚 때문에 빚이 더 늘어날 판이다. 지금 한창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는데, 벌써 추경 얘기가 나온다. 국회도 정부도 정치적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리라 믿고 싶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경제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