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대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그림자’라는 말이 있다. 존재하기는 하되 자신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욕망이나 감정 등을 타인에게 내어놓지 않고 나의 영역을 소중히 하겠다는 정서다.
지난 두 달여 동국대 단과대 불교동아리 창립의 선두주자로 신호탄을 쏘아올렸던 사회과학대학 ‘템플애플’은 이러한 학생들의 마음에 다가가고 있다. ‘그림자’와 같은 삶의 태도를 갖는 일이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영역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공동체에서의 경험을 통해 삶의 다른 ‘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 물론 그 매개는 불교다. 6월7일 동국대에서 템플애플 문정민, 김민수 학생과 정각원 교법사 자헌스님,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를 만났다.
3월20일 동국대 정각원에서 정치외교학, 행정학, 북한학 등 10개 전공의 학부생과 대학원생 84명이 모인 단과대 최초 불교동아리 ‘템플애플’ 창립법회가 봉행됐다. 사찰과 사회과학대의 줄임말인 사과에 대응하는 영단어인 ‘템플’과 ‘애플’을 조합해 만든 동아리명 아래 모인 학생들은 이날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불교문화 체험과 신행활동 계획을 꺼내놨다.
템플애플이 첫 발을 뗄 수 있었던 데에는 학생들의 불교에 대한 관심이 작용했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문정민 학생(정치외교학과)은 “지난 겨울방학 때 친구들끼리 이야기 하다 템플스테이가 주제에 올랐어요. 저희들의 관심을 학장인 김용현 교수님께 말씀 드렸고 ‘사회과학대 학생들이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동아리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창립 준비를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계기는 우연이었지만, 준비는 정성이었다. 동아리 창립에 마음을 낸 정민 학생과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는 민수(북한학과) 학생을 비롯한 학생 임원들과 김용현 교수 등이 모여 10차례 이상 회의를 가지며 머리를 맞댔다. 학기가 시작되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을 찾아 동아리 홍보도 진행했다.
템플애플은 창립법회를 갖고 공식 출범을 알린 뒤 3개월 남짓한 시간 불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가졌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참여했고, 부처님오신날에는 서울 봉은사를 찾아 봉사활동을 함께했다. 이 가운데서 손꼽을 만한 일은 연등 만들기였다. 지난 연등회 연등행렬에 들고 나갈 등을 동아리 회원들이 한 달간 정성들여 손수 제작했다.
동국대 마스코트인 ‘아코’를 형상화한 전통등 108개를 만든 경험은 공동체 활동의 의미를 몸소 느끼는 시간이었다. 창립 후에도 서로 어색했던 동아리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소통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정민 학생은 “아코등을 만들면서 동아리원 얼굴도 익히고 같이 수다도 떨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상주하며 열정적으로 등을 만들었던 친구, 시간을 쪼개 종이 한두 조각을 붙이고 갔던 친구 등 다양했지만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민수 학생도 “같은 단과대에 있더라도 서로 모른척 하고 지낼 수도 있었는데 불교라는 매개를 통해서 다같이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뜻깊었다”고 말했다.
불교동아리 활동의 ‘재미’가 알려지자 활동 회원도 40명 넘게 늘어 128명이 현재 함께하고 있다. 템플애플은 학기가 끝나는 6월18일부터 1박2일간 조계사 템플스테이를 떠난다. 대상은 전체 사회과학대 재학생으로 넓혀 많은 이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도 동지 사찰 봉사, 동국대 이사장 돈관스님 초청 연합법회 등도 예정돼 있다.
이날 만난 두 학생 모두 불교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연스레 부처님 가르침이 마음에 스며들었다고 했다. 정민 학생은 스마트폰에 ‘공양기도문’을 넣고 다닌다면 자랑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그는 오는 8월 해외 불교를 주제로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지고 있는 3명의 동아리원과 함께 미국으로 학술 탐방을 떠난다. 미국 불교의 모습을 사회과학도의 시각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지도법사 자헌스님과 지도교수 김용현 학장은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어린 지도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자헌스님은 학생들의 불교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앞으로 학교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며 “불교에 대한 흥미로 발을 들여놓은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기성찰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현 교수는 ‘민들레 홀씨’를 언급하며 “앞으로 학생들이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 동아리에는 역동성과 단절이라는 상반된 가능성이 공존한다면서 템플애플이 연속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템플애플 활동에 대한 학교 안팎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조계사는 ‘템플애플’ 템플스테이 동참비를 대폭 낮춰 학생 불자들이 부담없이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육현표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을 회장으로 하는 템플애플 후원회도 꾸려져 지속적 활동 지원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도열 기자 bbh753@ibulgyo.com
[불교신문 3825호/2024년6월18일자]